님2023.04.20
몇 년 전 팟캐스트를 통해 부모님 기억의책 광고를 들었을 때, 우리도 만들면 좋겠다라고 생각만 했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진 부모님 삶의 기록을 받아보니 눈물과 감동, 그리고 고마움입니다.
 
아버지!
책 제작을 위해 작가님이 오셔서 인터뷰가 진행될 때도 두 번 함께했지만, 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으니 울컥울컥 눈물이 나요. 내가 잘 몰랐던 아버지의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그렇게 힘든 시간들을 살아오셨구나 느꼈어요. 글을 통해 나의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으로서 아버지 삶의 역사를 생각하게 돼요.
 
아버지에게 회초리 맞고 아버지가 달래주신 기억, 초코파이를 사주셨던 기억, 형제들과 귤 한 상자를 까먹던 기억, 여름날 새벽 얼음공장에 가는 아버지를 도와 언니, 동생과 아버지의 얼음 리어카를 밀어주던 기억, 그때는 하기 싫어서 겨우 했지만 가게 문 닫을 시간이면 수박을 가게 안으로 넣어놓던 기억들……. 그때의 영상이 있다면 다시 돌려보기를 하고 싶어요.
 
우리들을 키우느라 이것저것 온갖 장사를 다 하셨고, 설 명절 무렵에는 강정을 만들다 쓰러지기도 하시면서 우리를 이렇게 돌봐주신 아버지, 정말 고맙습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그 힘듦을 참으면서 지내셨을까요? 저라면 절대 그렇게까지 못했을 거예요. 아버지의 실천력, 성실함 그리고 부지런함을 물려받은 덕분에 지금도 저 열심히 살고 있어요.
 
지금은 많이 아픈 아버지!
아버지가 건강이 안 좋아 언젠가 아주 나중에 얼굴 보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날이 사라진다고 해도, 아버지가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어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우리 모두가요.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 우리 함께 오래오래 얼굴 보며 이야기할 수 있게, 마음도 편히 가지시고 식사도 조금씩 더 하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10년, 20년 더 오래도록 맛있는 음식도 함께 나눠 먹고 좋은 곳에 여행도 다녀요.
 
 
어머니!
어머니는 어릴 때 할머니의 사랑을 못 받고 자라서 어머니 사랑이 몹시 그리웠다고 우리에게 자주 말씀하셨지요. 글에서도 어머니가 어릴 적 아파서 할머니 등에 업혀서 울면서도 그 할머니 품이 좋았다고 이야기하신 그 부분을 읽으니, 우리 어머니는 예나 지금이나 어머니 품이 참 그리운 사람이구나 싶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어머니가 어릴 적 산에 나무하러 가서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어 서럽게 울었다고 하신 이야기에서도, 추운 겨울날 고무신을 신고 산에 오른 소녀가 어머니, 아버지가 그리워 울고 있는 것이 보이는 듯해서 나도 따라 눈물이 났어요. 얼마나 힘들고 서러웠을까요? 어머니가 소녀였을 때로 돌아가면, 내가 따뜻한 봄바람이 되어 소녀의 눈물을 닦아줄 텐데…….
 
어머니! 
지금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많이 보고 싶으시죠? 하늘나라 가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큰딸인 울 어머니에게 못다준 사랑에 많이 미안해하실 거예요. 그리고 또 보이지 않게 어머니를 보살펴 주실 거라 믿어요.